추모시 

착한 목자 찰스 베츠 헌틀리 허철선 목사님을 추모하며

- 장헌권 목사(광주 서정교회)
 

꽃만 봐도 서러운 그날 봄빛 가득찬 길가에
하늘의 쌀밥나무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습니다

척박한 남도 땅 빛고을에 생명의 씨앗을 가슴에 담아 사랑하는 아내와
눈물을 흘리며 복음을 전하는 영혼의 목자

무등산 아래 양림동 길거리와 병원에서 하늘 닮은 맑은 영혼들이
야수들의 군화발에 짓이겨진 처절함을 보면서 참을 수 없는 분노
아픔과 슬픔을 다독이면서 진실을 렌즈에 담았습니다

주님
저 이그러진 하나님의 아들 딸들을 어찌해야 좋을까요!
저 짓밟힌 생명의 흔적들을 어찌해야 할까요!
저 망가진 오월의 가슴들을 어찌해야 될까요!
저렇게 보고만 둘 수 없어서
통곡을 하며 부둥켜 안고 전 세계 양심들에게 진실을 알리는 참 목자

시계 소리도 멈추는 고통속에 지하에 내려가 보타진 숨결을
다독이며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주님의 피울음을 마시며
진실을 인화해서 게엄군의 만행과 잔학상을 알리는 일
죽음을 각오한 살아있는 세례요한의 길을 걸어간 참 목자

도피처가 되어 주면서 피신하여 피에 젖은 꽃잎을 안아주고
스물 여섯명의 청년들을 망월동에 매장하여주면서 하늘도 땅도
울었던 광주를 그냥 떠 날 수 없어 도청 밖에 남은자 되었던
참 목자

고향에서도 기억과 기록으로 잊을 수없는 십자가의 도시 광주를
생각하던 광주사람
지난해 돌아가시기전 문재인 대통령의 5·18 기념사를 보면서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셨던 참 목자

피바람 몰아치는 광주를 10일동안 지켜봤어야 했던 슬픔과 분노를 삭이며
가슴에 담아 모시고 살았던 십자가 상의 마지막 말씀처럼
‘광주에 가고 싶다’ ‘광주에 묻히고 싶다’며 마지막
유언이 마른뼈들이 일어나는 에스겔의 환상이 되어
‘어둠이 결코 빛을 이길 수 없다’ ‘감추인것이 드러나지 않을 것이 없고 숨은 것이 알려지지 않을 것이 없다’ 는 말씀 앞에 보아라

오월의 진실
불어라
평화의 바람이 된 참 목자

우리는 오늘 참 목자 주님의 종 그 이름
찰스 베츠 헌틀리 허철선 목사님이라고 부르며
영원히 광주와 함께 기억합니다.

- 장헌권 목사(광주 서정교회.시인) 2018년 5월 17일 호남신학대학교 선교사 묘지에서

** 윗 시는 지난 17일 광주 남구 양림동 호남신학대학교 선교사 묘지에서 열린 고 찰스 베츠 헌틀리 목사 유해 안장식에서 장헌권 목사(광주 서정교회)가 낭송한 추모시입니다. 

헌틀리 목사는 1980년 5월 광주 기독병원 원목실장으로 재직하면서 5·18광주민중항쟁을 직접 촬영해서 세계에 알렸습니다. 

 

지난 17일 광주 남구 양림동 선교사 묘역에 고 헌틀러 목사 유해가 안장된 후 세워진 추모비. ⓒ홍인화 전 광주시의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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