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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국의 교육칼럼] 야간자율학습

기사승인 2018.11.08  22:3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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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율과 타율의 경계에서 서성이는 나

“제게는 아직 네 명의 아이들이…….”

며칠 전 나는 야간 자율학습(이하: 야자) 감독을 서다 복도에서 옆 반을 창문 너머로 지켜보시는 교감 선생님을 보았다.

마침 우리 반 교실 앞을 지나고 있던 나는 반사적으로 우리 반 교실로 후다닥 들어갔다. 그러고는 교실 문에 난 작은 창문을 등으로 막았다. 교실에선 겨우 네 명의 온순 착실한 녀석들이 책과 씨름하고 있어서였다.

이처럼 나는 요즘 야자 시간이 두렵다. 고1인 우리 반 녀석들이 저녁밥을 먹은 후 진행하는 야자 참여율이 11개 반 중 꼴찌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다른 반에 비해 큰 편차로.

1학기 초 우리 반의 야자 참여율이 꼴찌였던 건 아니었다. 평균 정도는 되었다. 그것도 강제성 0%에 가까운 완전 야간자율학습이었다.

참여율은 약 80%에 가까웠다. 난 속으로 녀석들이 삶이 만만치 않은 치열한 생존의 장임을 벌써 깨달아버린 소산이라며 다소 짠하게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1학기 중간고사가 끝난 후부터 서너 명의 녀석들이 성적이 기대 밖이라며 야자를 빼고 학원이나 과외를 하겠다고 했다. 녀석들의 침울한 표정에서 녀석들이 이 말을 꺼내기까지 했을 숱한 고민의 흔적을 읽을 수 있었다. 그러라고 했다.

1학기 기말고사가 다가올 무렵엔 너덧 명의 녀석들이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같은 이유로 야자를 뺀다고 했다. 너무 많은 녀석들이 뺀 게 아닌가 하여 “학원과 과외에만 열중하지 마라. 자기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이 중요하다.”라는 말도 해 보았다.

하지만 언변도 없고, 카리스마도 없는 내 말은 무용지물이었다. 아이들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물처럼 교실을 빠져 나갔다.

1학기 기말고사 후에도 엑소더스는 일어났다. 이번에는 학부모님들이 나섰다.

“선생님, 우리 아들에겐 야자가 별 효과가 없나 봐요. 그래서…….”

나는 그러시라고 했다.

어떤 학부모님은 내게 선택권을 주는 화법을 구사하기도 했다.

“선생님, 죄송한데 우리 애가 야자 분위기가 어수선하데요. 그래서 애가 빼고 싶어 하는데…… 자율학습이라고 하는데…… 선생님께서 하라시면 그냥 하구요.”

나는 안 된다는 말이 목구멍에 걸렸지만 “자율학습인데 어찌 하겠습니까. 그렇게 하시죠.”라고 오케이 사인을 보내고 만다.

2학기가 서서히 끝을 향해 가고 있는 지금, 여덟 명의 녀석들이 교실을 지키고 있지만 그나마 학원이라도 가는 날은 네 명으로 줄어든다. 보통은 15명에서 많게는 25명에 이르는 다른 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샘, 애들 다 보내주시면 어떡해요? 그러다 교장 샘한테 혼나요.”

요즘 내가 수업 중에 학생들로부터 종종 듣는 말이다. 사립학교의 특성을 나름 짐작하고 있는 아이들이 짐짓 나를 걱정해주고 있는 것이다. 나 역시 교장, 교감은 물론 학년부장의 눈치를 내심 안 보는 것은 아니지만 어설픈 객기를 부려 대답한다.

“야자가 자율인디 어쩌겄냐? 평양감사도 싫으면 그만이라고 즈그들도 싫어하고 부모님도 싫어헌디. 억지로 시켜 불믄 타율학습이 돼불잖아. 나는 그 자율학습이란 이름에 걸맞게 해줬을 뿐이여.”

민주주의가 핵심 가치인 자유와 평등이란 빵 중 어느 것을 보다 더 키울 것인가의 딜레마로 고민한다면 나는 교단에서 자율과 타율의 경계선을 서성이며 둘을 오가는 내면의 시소를 아슬아슬 타며 고민하고 있다.

학급운영에 필요한 자율과 타율이란 빵의 적정 배합비율은 얼마일까. 혹자는 사는 것이 곧 철학이라는데 나는 오십 줄에 들어섰지만 여전히 내 철학은 빈곤하다. 쉬 답은 나오지 않는다.
 

김용국 정광고 교사.

자율에 더 큰 비중을 두고는 있지만 자율과 타율의 적정 배합비율을 찾는 것은 교단에 서 있는 내겐 해묵은 숙제다.

나는 아직 그 적정 배합비율은 모르지만 부끄러운 결정은 내리지 않았다. 그러기에 앞으로 야자 감독을 하며 우리 반 교실 앞을 지날 땐 명량해전을 앞두고 남기신 이순신 장군의 명언을 떠올릴 것이다.

“신에게는 아직 열 두 척의 배가 있사옵니다.”

교장, 교감 선생님께서 야자 시간에 아이들은 다 어디 갔냐고 묻거든 이젠 조금 당당하게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제게는 아직 네 명의 아이들이 남았습니다.”라고.

김용국 정광고 교사 yonggug007@hanmail.net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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