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전문가·지식인 등 14일 긴급 시국성명

박근혜 정부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밝힌 가운데 광주·전남지역 각계각층 인사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광주·전남지역 문화예술인과 전문가, 지식인 등 각계 인사 405명은 14일 옛 전남도청 5·18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아래 성명 전문 및 연명자 명단 참조)

▲ 광주전남지역 문화예술인과 전문가, 지식인 등이 14일 오전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즉각 중단"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광주인

이들은 이날 긴급 시국성명을 통해 “박근혜 정권이 나라와 민족을 배반한 세력의 행위를 은폐하고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노력을 전면 부정하는 역사 반역적 행태를 노골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근혜 정권이 만든 단일 교과서는 국정교과서라기보다 ‘박근혜에 의한 박근혜를 위한 박근혜의 교과서’”라며 “이는 보수와 비보수로 국론을 분열시켜 정권을 연장하려는 도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정부가 제시한 한국사 검인정교과서 ‘좌편향의 근거’는 지난 2011년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가 개최한 한국사 교과서 분석 토론회 자료”라며 “당시 이 위원회는 공안검사 출신으로 최근 막가파식 반공지상주의자로 본색을 드러낸 고영주가 위원장을 맡았다”고 밝혔다.

이어 “‘박근혜 당선으로 적화를 막았다’고 지난 대선을 평가했던 고영주는 올해 국감장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야당대표, 박원순 서울시장까지 공산주의자로 매도했을 뿐 아니라 한국사 연구자 대다수를 좌경으로 규정해 국민을 놀라게 했다”며 “막가파식 반공지상주의자 고영주를 해임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한반도 남녘에 광기어린 전체주의의 망령이 난동을 부리고 있다. 그것은 ‘하나의 역사’란 이름의 획일주의와 시대착오적인 반공지상주의”라며 “모든 양심적 문화예술가·전문가·지식인들은 단결해 박근혜의 전체주의적 교육·학문 정책에 온몸으로 저항하자”고 호소했다.

이날 긴급 성명에는 교육계와 법조계, 문화예술계, 언론계, 시민사회단체 등 각계 인사 405명이 연명에 참여했다.

<광주/전남 문화예술인·전문가·지식인 긴급 시국 성명>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즉각 중단하라!

한반도 남녘에 광기어린 전체주의의 망령이 난동을 부리고 있다. 그것은 ‘하나의 역사’란 이름의 획일주의와 시대착오적인 반공지상주의이다.

1.
박근혜 정권이 나라와 민족을 배반한 세력의 행위를 은폐하고,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노력을 전면 부정하는 역사 반역적 행태를 노골화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수많은 전문연구자, 교육자, 학생, 심지어 정부·여당 관계자들까지 반대했던 국사교과서 국정화를 확정지었다.

원래 정부가 제시한 한국사 검인정교과서 '좌편향의 근거'는 한국사 관련 전문연구자와 교육자들의 공론을 거친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그 근거가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가 개최한 한국사 교과서 분석 토론회 자료(2011년)였다는 사실에 경악한다.

당시 이 위원회는 공안검사 출신으로 최근 막가파식 반공지상주의자로 본색을 드러낸 고영주가 위원장을 맡았다. “박근혜 당선으로 적화를 막았다”고 지난 대선을 평가했던 그는 올 해 국감장에서 노무현 전대통령과 문재인 야당대표, 박원순 서울시장까지 공산주의자로 매도했을 뿐 아니라 한국사 연구자 대다수를 좌경으로 규정하여 국민을 놀라게 했다.

2.
아시다시피 국정교과서 체제는 박정희의 유신독재 시기인 1974년 처음 시행되었다. 그때 박정희 정권은 국사학계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검인정체제였던 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밀어붙였다. 지금 박근혜 정권과 완전히 닮은꼴이다. 당시 집필지침에 “유신정신 반영”이 맨처음으로 표시된 것을 통해 국정화 추진 의도를 엿볼 수 있다.                

민주화 이후 검인정체제로 바뀐 것은 당연했고 이는 세계적인 추세였다. 그런데 8개 한국사 검정교과서 중의 하나로서 우익세력의 입맛에 맞고 정권이 옹호하는 교학사판 한국사 교과서가 역사교육연구자들 및 일선 학교에서 철저히 외면당하자 박근혜정권은 국정화 카드를 꺼낸 것이다. 세계적으로 국정교과서를 사용하고 있는 국가는 북한·러시아·베트남·필리핀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4개국 가운데 국정제만 시행하는 나라는 그리스와 아이슬란드 2개뿐이다.

3.
박근혜 정권이 만든 단일 교과서는 국정교과서라기보다 ‘박근혜에 의한 박근혜를 위한 박근혜의 교과서’이다. 이는 보수와 비보수로 국론을 분열시켜 정권을 연장하려는 도구에 불과하다.

우리는 경고한다. 결코 정치권력이 한국사 교과서 제정을 좌우해서는 안된다. 헌법재판소의 권고와 UN 총회 결의에서도 표현되었듯이 역사 교육의 내용을 역사 연구∙교육자 및 시민사회의 전문성과 자율성, 다양성을 무시하고 정치권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전체주의 체제의 가장 중요하고 명백한 특징이다. 히틀러의 나찌, 군국주의 일제, 박정희 유신독재 시대의 역사교육의 공통점이 단일 국정교과서 채택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사교과서 국정화 폭거는 교육과 학문의 발전을 심대하게 위축시킬 뿐 아니라 사상과 언론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을 유린함으로써 세계사적 발전으로부터 이탈하여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는 일이다.

4.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게 묻는다. 이토록 무리하게 국정화를 강행하는 의도는 무엇인가? 친일매국의 과거사를 은폐하고 유신독재를 정당화한 국정교과서를 다까끼 마사오 중위(박정희)와 김용주(일본군 항공기 헌납과 징병을 선동한 김무성의 부)의 무덤 앞에 바치려는 것인가?

국정교과서를 통한 국가정체성의 확립이 전매특허의 지상과제인 양 떠드는 극우 반공지상주의 선동꾼들에게 알린다. 국가정체성은 단일하거나 획일적이거나 고정된 것이 아니다. 사회 발전과 진보에 따라 다양하고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국가정체성이 권력의 강압으로 형성될 때 민주주의를 파괴할 뿐 아니라 인간성을 위협한다.

이 나라의 정체성은 민족반역의 행위를 미화하고, 독재에 대한 충성을 강요하고 비판을 봉쇄했던 세력에 의해 이미 크게 손상되었다. 국가정체성의 확립을 명분으로 권력의 연장을 도모하고 시대착오적 빨갱이 사냥을 선동하는 저급한 행위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탈하고 주권자인 국민에 도전하는 반역 행위로서 결과적으로 국가정체성을 훼손하는 것임을 깨닫기 바란다.

나라와 민족의 참다운 정체성은 친일민족반역자 및 군사쿠데타를 통해 부당하게 국가권력을 강도질한 자들 또는 그들과 연고를 맺은 자들이 강압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나라 안에서 민주주의의 철저한 실행을 통해 나라의 대다수 구성원인 대중의 정당한 이익과 입장을 관철시키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전체주의적 발상으로 만든 국정화된 교과서가 아니라, 역사 연구자 및 교육자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존중하고 역사적 관점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민주적 기반 위에서만 올곧게 만들어질 것이다. 나라의 정체성을 올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우리는 무엇보다 다양한 한국사 교과서들을 통해 반민족 매국 행위와 민주주의 침탈 행위에 대한 올바른 교육이 필수적임을 천명한다.

우리는 박근혜 정권에 엄중히 요구한다.

1.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즉각 중단하라!
1. 막가파식 반공지상주의자 고영주를 해임하라!

모든 양심적 문화예술가∙전문가∙지식인들은 단결하여
박근혜의 전체주의적 교육∙학문 정책에 온몸으로 저항하자!

2015년 10월 14일

광주/전남 문화예술인∙전문가∙지식인 일동

이하 분야별 연명참여 405인 명단 (가나다 순)

건축사 (1명)
이순미

교사 (3명)
박현주 송경애 이유미

교수 (140명)
강성호 고광모 고영진 고형대 기광서 김광익 김기태 김누리 김미경 김봉중 김상봉 김성근 김성재 김수남 김순흥 김승희 김양현 김영란 김영주 김용근 김재관 김재형 김종선 김종중 김창대 김철민 김하림 김현석 김홍길 김홍섭 김황용 나간채 나해영 나희덕 남궁협 류근성 류동영 류한호 명국녕 문석우 민병로 민정식 박관석 박구용 박병기 박선희 박성우 박순원 박오복 박주하 박진영 박혁순 박현린 배봉기 배현 백수인 변동명 서기문 서용석 손희하 송영무 송한용 신경호 신석균 신선호 심영의 안영하 안주아 양성렬 양원옥 양회석 오세근 오수성 오원균 옥민호 유태종 윤수종 윤영덕 은우근 이강래 이강서 이경순 이기호 이기훈 이무성 이민원 이병용 이봉주 이상수 이영석 이오현 이욱 이육화 이은봉 이홍필 임동욱 임선모 임성운 임성훈 임수진 임영채 임춘성 장복동 장정훈 장춘석 전경숙 전지용 정규영 정명중 정상준 정영일 정영철 정인수 정재호 조규춘 조남훈 조대연 조용신 조용호 조윤호 지병근 차웅환 천득염 최관호 최남기 최병진 최영태 최인선 최정기 최종근 최진규 최현주 하상복 한규무 한선 한은미 허정화 홍석준 홍석한 홍영기

교육계 (8명)
김정미 김창수 김희숙 나승 민수련 박선영 배철진 손연미

구의원 (1명)
전영원

변호사 (28명)
강부원 강성두 김도형 김상훈 김성진 김정우 김정호 김정희 김지현 김현무 문영곤 박인동 박지현 서일석 소병선 송창운 오대한 이상현 이성숙 이소아 임선숙 임태호 장은백 정다은 정인기 정채웅 최목 홍현수

시민단체 (9명)
김대현 박성옥 변원섭 배준호 배철진 오기만 유경남 조계현 황인자

약사 (71명)
공영미 김대정 김동균 김미진 김민교 김선미 김수길 김승자 김윤희 김윤희 김진영 김찬임 류진경 모애금 박선자 박용호 박유나 박유정 박준용 박희상 백동진 서재홍 선용득 소의원 소정환 손옥희 손진화 손호현 심재갑 양정희 양효정 염계선 염승훈 오민정 오승우 오유미 오정아 유원석 유정태 유혜련 윤혜숙 이경훈 이덕희 이명희 이모니카 이성규 이승용 이승훈 이영주 이유성 이주형 이현정 이현주 이희주 임선아 임하선 임희연 장영미 장혜옥 정경이 정경화 정재진 조동환 조미숙 최승희 최연 최은아 최화녕 추경화 하영란 하은지

언론인 (2명)
박원균 황풍년

음악감독 (1명)
장용석

의료인 (3명)
김고운 신성진 안보배

의사 (9명)
김철성 남상진 문강 민은주 박요섭 범은경 이용빈 전홍준 정찬영

작가 (42명)
강경아 강미애 고영서 고재종 김경윤 김용매 김완 김정원 김준태 김해화 김형중 김황흠 김희수 나정이 나종영 나희덕 문순태 박관서 박석준 석연경 송광룡 안오일 양원 엄수경 유종 은미희 이명한 이민숙 이원화 이인범 이재연 이지담 이화경 정양주 정윤천 조성국 조진태 조현옥 채희윤 최유정 홍성담 황형철

치과의사 (38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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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2명)
김경수 민은주

호남사학회 (47명)
47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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