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보살행의 참뜻을 올곧게 실천해오신 분"
"지구별여행을 떠나신 정 법사님, 고맙습니다"

광주불교계의 큰 어른 정의행 법사님께서 이생의 연을 다하시고 지구별 여행을 떠나셨다.

내가 불교를 처음 만나 활동할 때가 지난 1988년이었다. 그 이듬해부터 대불련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고 문빈정사에서 대불련 법회를 할 때부터 인연맺어왔으니 어언 27년의 세월 동안 우리들의 스승으로서, 동지로서 오롯이 함께해 주신 분.

광주불교교육원을 만들어 광주불교가 진정 개인의 구복에서 벗어나 이웃과 세상을 따뜻하게 품어안기를 발원하며 긴 시간 불교교육운동을 해오셨다.

그리고 민중불교운동에 대한 염원과 실천으로 불교저술활동 및 출판활동을 통해 불교의 각성을 일깨워오신 분이다. 노동자로 살아오시다 광주의 오월을 만나 삶이 바뀌고, 그리고 불교를 만나 보살행의 참뜻을 올곧게 실천해오신 분.

▲ 고 정의행 호남평화인권사랑방 의장.

정의행 법사님과 나는 2000년대 초반, 우리지역에 불교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담보해가는 그런 단체를 한번 만들어보자 의기투합해서 <평화실천광주전남불교연대>를 창립. 당신과 행법스님을 대표로 모시고 나는 사무국장 소임을 창립부터 근 4년간을 함께 거의 날마다 만나면서 활동을 해왔다.

이라크 파병반대 108일 1인시위, 천성산 도룡농 지키기운동, 그리고 북한어린이돕기 모금활동을 지속적으로 함께했다.

그 당시 광주는 물론 전국에 하나밖에 없는 불교운동조직이라서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정의행 법사님을 비롯, 담양 쇄석기설치반대 대책위원장을 맡은 이재숙, 민중미술가 이상호 화백, 지금은 영어의 몸이된 김효석 선생님, 조현옥 시인 등과 함께 웃고 울고, 길거리서 싸우며 동고동락을 했던 분들이다.

다들 불교에 대한 애정과 관심과 실천이 가득 넘쳤던 분들이라 거침이 없었다.

그분들을 모시고 함께 활동하면서 전부를 걸고 불교의 대사회적 참여활동을 했었다.
때론 즐거웠고, 때론 불자로서 자부심과 긍지를 느꼈으며, 때론 활동의 방향과 내용에 대해 치열하게 언쟁을 하며 토론을 하기도 했었다.

결국 불교운동이 전위조직으로 투쟁과 실천에 방점을 찍을 것인지, 대중조직으로 탈바꿈해 불자대중들에게 공감하고 함께하는 운동으로 나아갈 것인지에 대한 의견을 달리해서 4년의 사무국장 소임을 내려놓았다.

그 당시 가장 치열하게 논쟁을 했던 분이 바로 정의행 법사님이시다. 그 이후 서로 다른 영역에서 활동을 해왔지만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는 늘 함께했다. 그런 믿음과 신뢰는 평화실천광주전남불교연대를 함께했던 동지들이야말로 개인의 영달을 품은 사람은 한분도 없었음을 치열한 활동을 통해 서로 느끼고 존중하며 교감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정의행 법사님은 불교가 철저히 개인중심의 이기적 활동을 넘어서 우리사회가 아파하고 고통스러워하고 절망스러운 일에 함께 손맞잡고 나아가야 함을 역설하셨다.

그리고 당신도 누구못지 않게, 아니 따라올 사람 그 누구도 없이 앞장서서 그런 보살행을 평생을 두고 실천해오신 분이다. 그래서 비록 함께 활동하는 공간은 아니어도 존경과 감사의 마음으로 인연고리를 맺어온 스승과 같은 분이다.

용산참사, 제주강정 해군기지, 밀양송전탑, 탈핵, 분단, 평화와 인권, 그리고 고통받고 소외받고 억압받는 현장엔 꼭 법사님이 계셨다.

특히 세월호 참사 이후에 세월호의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촛불을 들고 거리에 서고 걷기순례를 하고 지난해에는 당신이 쓴 글을 모아 세월호 시집을 발간해 오신 분. 그래서 실은 불교계 내부에서보다 시민사회단체나 시민상주모임에서 더 잘 알려지고 대접받고 존경받은 분이시다.

그 누구든 한결같이 모든 분들이 "정 법사님"이라 할 정도로 불자로서 삶, 실천가로서의 삶을 살아오셔서 신망이 있으신 분이다. 그런 분이 이생의 무거운 짐 내려놓고 떠나셨다. 삶이 곧 수행이고, 수행이 곧 삶이셨던 법사님.

무엇보다 불교가, 부처님 가르침은 이웃과 세상의 아픔과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보살심으로 함께 할때만이 의미가 있으심을 온몸으로 보여주신 분이시다.

혈액암 진단을 받으시고 지난해부터 항암치료를 해오신 법사님. 지난해 말, 아픈 상황에서도 일부러 전화를 주셔서 그동안 미안하고 감사했다는 말씀을 잔잔히 들려주시던 그 음성을 잊을 수 없다.
광주불교운동의 산증인, 광주의 오월을 가장 꿰뚫고 있는 분. 정의행 법사님과 함께 할 일이 있는데 참으로 애석하다.

80년 이후 현재를 관통하는 <광주불교운동사>를 정리해서 광주불교가 시대의 아픔과 함께해왔던 역사를 정리했으면 하는 바램을 오래전부터 갖고 있었는데 이제 누구랑 그 작업을 해나갈 수 있을지 막막하다.

정 법사님 말고는 그 작업을 해낼 수 없음을 알기에 더욱 안타깝다. 그동안 정 법사님이 계셔서 광주불교가 든든했다. 그리고 내가 활동하는데 보이지않게 큰 버팀목이 되어주신 분이시다.

허심탄회하게 불교운동을 이야기하고, 불교의 사회적 역할과 참여를 이야기하고, 붓다의 참된 가르침을 이야기나눌 수 있는 분. 이제 그분이 안계시다. 믿고 의지하신 분이 떠나가셨다.

더 신실한 믿음으로, 더 따뜻한 애정으로 광주불교가 이웃과 세상의 아픔과 고뇌에 외면하지 않고 함께할 수 있도록 법사님의 뜻을 이어서 미력하나마 길을 가련다. 그 길을 가는 것, 그게 바로 정법사님이 당신 삶으로 오롯이 보여주신 가르침이다.

망망대해에 선 것처럼 아득하지만 법사님이 가신 그 빈 자리를 생각하며 새롭게 마음을 다잡는다.

불교의 사회적 역할과 참여의 지평을 넓히는 일, 그리고 고통받고 소외받고 억압받는 우리 이웃과 세상사람들을 보듬어안고 살아가는 일, 분단의 벽을 허물고 통일세상을 이루며 진정 우리 사는 세상이 정토세상이 되는데 있어 미력하나마 평생을 두고 살아갈 것을 이 아침에 되새긴다.

지구별여행을 떠나신 법사님, 고맙습니다.
법사님, 이젠 고통이 없는 세상에서 안온하게 편히 쉬세요.


** 윗 추모의 글은 <불교닷컴>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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