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지옥으로 향하실 당신...정! 의! 행!

▲ 문빈정사 주지 법선 스님이 19일 오전 광주5.18민주광장에서 열린 고 정의행 의장 노제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광주인

정의행 법사님!
정의행 법사님!
정의행 정철 영가여!

무등산은 반백으로 우리를 굽어보고,

영겁의 창공은 말이 없습니다.

지금은 겨울과 봄사이 홀로 걷는 시간.... 2월입니다.

헤아릴수 없는 많은 생명들이 솟아나기 위해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지금은 홀로 걷는 길은 어떠십니까?

법사님 외로우십니까?

아니 ...법사님은 이제 외롭지 않습니다.

당신의 가는 길에는 바로 이 자리에 서 산화해간 오월 영령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먼저가신 가신 민족 민주 애국 열사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물속에 잠겨있는 세월호의 수많은 영혼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억울한 영혼의 해원과 상생을 위해 애쓰셨던 당신을

이제는 그들이 따스하게 맞이하고 있습니다.

行住坐臥 語默動靜이라

가고 머물고 앉고 눕고 말하고 침묵하고 움직이고 고요하고 당신은

항상 한결같은 한 모습이였습니다.

자기개조 없이는, 자기혁명 없이는 세상을 바꿀수 없다는

크고 넓고 깊고 영원한 통찰력의 힘을 보여주셨습니다 .

때로는 답답하고 때로는 고집스럽게 우여곡절의 모든 인연을

당신은 담담하게 받아내셨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의식과 호흡을 살피시고 스스로 홀연히 인연을 정리하였습니다.

죽음의 순간까지도 당당하게 받아내시고, 주변을 배려하셨습니다.

무릇 시대를 품고 수행과 성찰로 살아오신 당신이였기에 가능했습니다.

나를 버림으로서 참으로 세상과 함께 하고픈 당신이였기에, 항상 우리를 부끄럽게 하셨습니다.

당신은 살아있는 순간에는 온전히 살아있었고

지금 이순간도 온전히 깨어계십니다.

이제 법사님 당신은 또 지옥으로 가실겁니다.

당신 성정상 지옥이 텅 비어서 모든 중생이 평안해질 때까지 당신은 지옥을 마다하지 않으실겁니다. 그 누가 중생을 위한 끝없는 연민을 가진 당신을 말릴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이번만은 제발 저희 바램대로 편안한 그 자리에 머무르시기를 중생의 마음으로 부탁드립니다.

텅 빈 것처럼 보이는 저 들판에 생명이 가득찰 시간입니다.

입관식 당신이 마지막 입었던 수의에 달려있던 노란리본을 우리 모두에 가슴에 새깁니다.

자주 민주 통일 생명 평화의 한길을 가신 의행 정철 영가이시여...

눈들어 강산을 보니

천백억 화신들께서

향기로운 미소로 우리들께

손짓합니다.

2016.2.19. 5.18 민주광장

노제 추도사- 무등산 문빈정사 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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