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의 이익만을 챙긴 지역이기주의였다"
"호남의 자존심과 명분 잃어...성찰 필요"

이전에 올렸던 글에서 밝혔듯이 전북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살고 있는 호남인입니다. 아고라를 떠나기 전 쓰라리고 뼈아픈 '호남인의 고백'을 남기고자 합니다. 이번 선거의 호남인의 선택에 대해서입니다.

이번 호남인의 선택을 두고 다양한 분석과 평가가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으로 '수도권은 정부 여당의 독선을 심판하고 호남은 더민주의 무능을 심판했다.'는 것입니다. 수도권이 정부 여당의 독선을 심판했다는 것은 타당한 평가라 생각합니다.

▲ 국민의당 광주지역 총선 후보들. 이들은 8곳 모두에서 당선됐다. ⓒ국민의당 광주시당 제공

하지만 호남이 더민주의 무능을 심판했다는 것은 조금만 생각하면 심각한 모순입니다. 정당의 핵심 권력은 국회의원입니다. 그동안 더민주가 호남지역에서 무능했다면 바로 호남지역의 국회의원들이 무능했다는 것입니다.

사실 천정배는 탈당의 핵심 명분으로 이런 무능한 호남 국회의원들을 갈아치워야 한다고 내세웠던 것입니다. 이런 무능한 국회의원들이 재빠르게 옷만 바꿔 입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급조한 당을 지지한 것을 두고 과연 호남이 무능한 제1야당을 심판했다는 말이 타당할 수 있겠습니까.

또 다른 이유로 정권 교체를 위한 선택이었다는 것입니다. 이유 같지 않은 이유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야권이 분열되고 지역에 국한된 제 3당의 호남이 정권 교체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미미할 것입니다.

호남인으로서 호남인에게 묻고 싶습니다. 결코 아닐 것입니다. 국민의 당의 안철수 대표는 바로 제1야당의 대표였고, 그 시절 제1 야당 지지율은 최악이었고 선거는 참패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국민의 당에 모인 호남 국회의원들은 대다수 그들이 제1야당 시절에 무능하다고 지탄받던 인물들이었습니다.

▲ 국민의당 광주지역 후보들과 지지자들이 13일 오후 6시께 방송3사 출구조사에서 그동안 밀리는 것으로 평가되던 광주 광산을 권은희 후보가 이용섭 더민주 후보에 앞선다는 결과가 나오자 일제히 환호하고 있다. ⓒ광주인

그럼 이번 호남의 선택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답은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우리의 이익' '호남의 이익'
바로 지역 이기주의입니다.

호남인으로서 이번 선거 결과를 부끄러워하고 창피하게 생각하는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기득권 정치 모리배들이 지역 이기주의를 노골적으로 부추켰고 많은 호남인들은 그 유혹에 끌려갔던 것입니다.

다른 이유들도 있겠지만 결정적이고 핵심적인 이유는, 냉정하게 말해서, 바로 이것입니다.

간단한 3단 논법으로 호남인의 심리를 규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민주당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그런데 우리한테 별로 해 준 것이, 즉 이익이 없다.'
'저 다른 당이 우리 호남 이익을 찾아 준다니까 밀자.'

아니라고, 호남인의 선택은 정치 지형을 고려한, 3당의 필요성을 판단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주장을 할 수 있을까요?

그럼 전북의 정운천과 전남의 이정현의 당선을 뭐라고 변명할 수 있을까요? 이 두 사람은 단순히 새누리당이 아닙니다.

한 사람은 그렇게 규탄했던 쇠고기 수입의 주역이고, 다른 한 사람은 박근혜의 핵심 측근이고 수구적 관점을 거침없이 발설하는 사람입니다. 이들은 호남의 정신, 호남의 정치와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흔히 말하는 호남의 가치와는 전혀 상반된 인물들인 이들을 선택한 것은 현실적인 이익에 대한 기대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입니다. 호남이 이런 이유로 새누리당 의원 2명을 선택한 것은 수치입니다.

그런데 같은 이유로 국민의 당을 선택한 것은 수치일 뿐더러 오류입니다. (차라리 정운천과 이정현은 현실적인 이익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부 여당의 실세인 의원도 있고, 새누리당의 입장에서 전략적인 차원에서라도 호남 지역구에 투자를 해야 할 테니 말입니다.)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김홍걸 국민통합위원장이 지난 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무릎을 꿇고 묵념하고 있다. ⓒ광주인

호남인으로서 호남인에게 묻습니다. 국민의 당에 모인 인물들은 제 1야당의 대표와 국회의원 시절에서 무능했지 않습니까? 그래서 호남인들이 제일 높은 현역 교체 열망을 표시했던 것 아닌가요?

거대 야당에서 무능했던, 그래서 지역민들의 불만과 지탄의 대상이 됐던 자들이 제 3당에서 갑자기 유능해지고 힘을 발휘할 수 있단 말인가요?

이번 선거의 호남 선택은, 안타깝게도 명분도 없고 실익도 없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치 모래배들의 유혹에 현혹되어 역사에 수치와 과오로 기록될 선택을 한 것입니다.

'게도 잃고 구럭도 잃었다'는 속담대로 이번 선택은 호남의 정신과 가치를 상실하고 지역 발전과 같은 실제적 이익도 기대할 수 없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두 가지를 덧붙이고 싶습니다.

호남이 피해의식과 현실적인 이익에 현혹되어 이런 선택을 했지만, 이런 현상은 전근대의 정신 상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우리 모두의 현실이고 민주화의 과제라는 점입니다.

해방 후 가장 진보적인 도시였던 대구가 고담 대구가 되고, 이완구와 부상하니까 그 정치적인 성향을 따지지 않고 하룻밤 사이에 충청의 민심이 확 돌아서는 것 등이 그런 현상이라 하겠습니다.

▲ 문재인 더민주당 전 대표가 12일 광주 오월어머니집 앞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광주인

변명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아직 먼 민주주의 도정에 있는 우리의 현실을 냉정하게 성찰하자는 것입니다.

또 한 가지는 비록 국민의 당이 호남에서 압승했고, 그래서 호남이 국민의 당 일색처럼 보이지만 이건 진실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선거에서는 이기는 것이 전부고 지면 그들의 의사는 묻힙니다. 하지만 제 1야당을 강화해서 정부.여당을 심판하고 견제하자는 생각을 가진 호남인들도 결코 적은 수가 아니었다는 것, 문재인이 호남을 방문했을 때 광주, 전주, 여수 등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한 시민들의 진정은 꼭 기억해 달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이제 선거는 끝났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번 선택으로 호남은 자존심과 명분을 잃었습니다. 제1야당이 해 줄 수 없던 실제 이익도 결코 기대할 수 없습니다.

그런 실망감은 이제 쓰나미처럼 호남인을 현혹했던 세력들에게 덮칠 것입니다.  그리고 호남인들은 긴 민주주의의 도정에서 냉정한 반성과 성찰의 시간 앞에 서 있습니다. 


** 위, 아래 글은 포털 다음 <아고라>에 4.13총선 결과를 놓고 누리꾼 '빛을 찾는 사람'님의 지난 15일 게재한 의견 글 입니다. 이번 호남에서 국민의당 압승에 대한 비판적 입장과 호남표심에 대한 분석을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전문을 게재합니다. /광주in  

    호남 자존심 짓밝은 정치 모리배들!


이번 호남의 선거 결과는 호남의 무능 정치 모리배들이 호남인들을 현혹한 것입니다.

호남의 정치 모리배들은 어떤 합리적 논리도 없습니다.

다만 지키지도 못 할 '호남의 이익'으로 호남의 유권자들(종편으로 이미 현혹된 장노년층을 중심으로)

유혹하고 이들은 거기에 넘어간 것입니다.

호남인들은 원래 이들 무능한 기득권 정치인들의 퇴출을 원했습니다.

이들은 '호남의 이익' 호남 정치' 운운하며 웃을 바꿔 입고 나왔습니다.

자신들이 제1야당 국회의원일 때도 찾지 못 한 호남의 이익을 채 40석도 못 되는 지역당이 되어서 어떻게 찾는단 말입니까.

냉정하고 정직하게 말해서, 이번 호남의 선택은 이렇습니다.

오만과 독선(자신이 몸 담은 정당의 당헌과 당규 위에서 요구하고 행동하는)의 안철수와 무능한 기득권 호남 정치인들이 결합하여 한 급조 정당을 만들었습니다.

이들은 호남인들의 피해의식과 지역이기주의를 비열하게 자극하였습니다.

(이 지역 이기주의는 아직 전근대적인 심리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 한 한국인들에게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그들은 호남당, 지역당을 만드는 것에 성공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이 성공은 이들 정치 모리배들이 개인적인 영달을 위해서, 마치 친일 모리배들처럼, 역사 앞에 큰 과오를 범한 것입니다.

이번의 선택, 이들의 현혹에 유혹 당한 호남인들은 그동안의 이미지와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도대체 안철수를 위시한 국민의당 정치 집단의 어디에 민주와 정의의 호남 정신이 있단 말입니까?

곧 호남인들은 정신을 차릴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 기득권 정치 모리배들의 유혹에 속았다는 것을 깨달을 것입니다.

이들이 주지도 못 할 '호남의 이익' 운운하며 호남의 역사와 자존심을 팔았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때 호남인들의 분노는 엄청날 것입니다.

김대중 대통령 때의 집권 중심,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 때의 정권 창출, 제 1야당의 중심이라는 자존심이 송두리채 무너지고, 이제 3당의 초라한 지지 지역이 되었다는 현실에 아프게 눈을 뜰 것입니다.

그때 이들 오만과 독선의 정치인, 호남 민중의 삶과는 너무 동떨어진 기득권 정치 모리배들은 혹독한 댓가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2016년 4월 15일 다음 <아고라> '빛을 찾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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