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5.18진실규명단, "61항공대 202.203대대 UH-1H" 지목

1980년 5월 21일부터 작전지침에 따라 무장헬기 광주진입 

1980년 5·18 당시 전일빌딩에 대한 헬기 사격은 도청진압 작전이 전개된 5월27일 새벽 4시부터 5시30분 사이 61항공대 202, 203대대 소속 UH-1H기동헬기에 의해 자행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광주시가 잠정 결론을 냈다.

그러나 여전히 헬기 기총소사 상황을 담은 군 작전일지 또는 해당 헬기 관계자 등의 핵심증언이 이번 조사에서도 드러나지 않아 국가차원의 진실규명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윤장현 광주광역시장이 15일 오후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980년 5.18광주민중항쟁 당시 전일빌딩 헬기 사격이 27일 새벽4시부터 5시 30분 사이에 61항공대 202.203대대 UH-1H기동헬기에 의해 자행됐다고 발표하고 있다. ⓒ광주시청 제공

광주시는 15일 이러한 전일빌딩 등 5·18 기간 헬기 사격은 전두환 등 신군부가 장악한 육군본부의 80년 5월22일 '헬기 작전 계획을 실시하라'는 공식적인 작전지침에 의거, 사전에 기획돼 실행됐음이 37년만에 확인했다고 밝혔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15일 광주시청 브리핑룸에서 새정부 출범과 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앞두고 "5‧18의 전면적인 진실규명을 통해 역사를 다시 세워야 한다"고 전제하며, 헬기 사격의 진실을 공식발표했다.

윤 시장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의 전일빌딩 탄흔 조사 결과 헬기 사격이 유력하다는 것으로 확인된 후 광주시 5‧18진실규명지원단 내에 전일빌딩 헬기 사격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연구분석반을 운영해 왔다고 밝혔다.

연구분석반은 나의갑 광주시 5·18진실규명자문관을 비롯해 석, 박사급 5·18 전문연구자 3명과 5·18민주화운동기록관 학예연구사 2명 등 모두 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지난 2월 말부터 3개월 여 동안 △5·18 관련 군 문서 △5·18 검찰수사 기록 △대법원 판결문 등 법정기록 △전일방송 재직자 등 증언자 발굴 및 청취 △1항공여단 출신 장교 및 병사 면담 등을 수행했다.

연구분석반은 “광범위하게 군 문서를 조사하고, 증언을 종합해 본 결과,전일빌딩에 대한 헬기 사격은 11공수 61대대 특공대원의 진일빌딩 진압 작전이 전개된 27일 오전 4시부터 무장헬기 무력시위(05시16분)가 있던 5시30분”이라고 밝혔다.

전일빌딩 헬기 사격은 당시 전일빌딩과 인접한 광주YWCA에서 최후의 항전을 하던 시민군을 사전 제압하고, 이들 건물에 진입한 11공수여단 61대대 2지역대 4중대 공수부대의 엄호를 위해 헬기에 장착된 M60 기관총으로 무차별 사격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일빌딩 등 헬기 사격은 육군본부의 작전 지침(1980년 5월22일 08:30 접수)에 의거해 실시됐는데, 구체적인 사격 지점과 대응 태세를 적시하고 있다.

작전 지침을 보면 △고층건물이나 진지형식 지점에서 사격을 가해 올 경우 무장폭도들에 대해 핵심점을 사격 소탕 △무력 시위 사격을 하천과 임야, 산 등을 선정 실시△상공을 감시 정찰 비행하여, 습격 방화하는 집단은 지상부대 지휘관의 지시에 따라 헬기에서 사격 제압 등이다.

육본의 이러한 작전 지침에 따라 5월22일 이미 광주에 투입된 헬기의 탄약적재 등 무장화가 진행됐으며, 21일에 이어 22일 추가로 탄약 수천발을 탑재한 무장헬기인 AH-1J 코브라 2대, 500MD가 광주에 투입됐다.(육본 상황일지)

ⓒ5.18기념재단 제공

특히 육군 참모차장 황영시는 5월23일 전교사 부사령관 김기석, 기갑학교장 이구호 등에게 무장헬기와 전차를 동원해 시위를 조속히 진압하라는 명령을 하달하기도 했다.

이처럼 전일빌딩에 대한 헬기 사격과 헬기 운영 작전 지침이 확인됐지만, 실제 사격의 부대와 조종사,무장사, 헬기 발포 명령자 등은 베일에 가려져 있는 상태로, 국가 차원의 전면적인 진실규명 작업이 요구되고 있다.

윤 시장은 “광주시는 그동안 광주항쟁의 거대한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 전일빌딩 헬기 사격 등을 자체 조사해 왔지만, 진실의 벽은 여전히 높고 멀기만 하다”면서 “이제 국가가 나서서 5‧18의 진실규명 작업을 통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윤장현 시장 기자회견문 [전문]

5·18 진실규명 통해 새 역사를 만들어야 다시 5·18을 맞이하고 있습니다.금년 5월은 우리에게 특별하고 새로운 5월입니다.
그날의 진실이 37년의 오랜 침묵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억눌려 부르지 못했던 ‘임을 위한 행진곡’을 광주시민과 함께 마음껏 제창할 수 있게 됐습니다.

5.18 진실규명을 통해 이제 다시 새로운 역사를 써야 합니다.

왜곡과 폄훼, 거짓의 베일에 가려져 있던 5월의 진실을 하나도 남김없이 오롯이 드러내는 것이야 말로 시대를 바로 세우는 큰 울림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전 국민들이 열망했던 적폐를 청산하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시작일 것입니다.

우리시는 그동안 5. 18의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 작은 단초인 전일빌딩 헬기 사격의 진실을 추적해 왔습니다.

그동안 신군부는 진압군 자위권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자위권과 관계없이 시민을 향해 무차별 살상한 증거들이 이미 곳곳에서 밝혀졌습니다.

우리는 숨겨진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지난 2월, 시청에 5.18 진실규명 지원단을 설치하고 전문 연구자와 함께 지난 3개월 동안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군 관련 문서와 검찰 수사기록, 군 출신 인사, 목격자 탐문 등을 진행해 왔습니다.

조사 결과 1980년 5·18 당시 전일빌딩에 대한 헬기 사격은 신군부의 사전 기획에 의해 자행됐음을 확인했습니다.

헬기 사격은 1980년 5월 27일 새벽 4시부터 61항공대 202. 203대대 소속 UH-1H기동헬기에서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전일빌딩 헬기 사격 명령자 등 확인하지 못한 것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헬기 사격, 도청 앞 발포명령자 등 5.18에 대한 전반적인 진실 규명은 국가 차원의 5.18 진실조사위원회의 구성을 통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5.18의 진실규명은 광주시만으로는 명백히 한계가 있습니다.
진실의 벽은 여전히 높고 멀기만 합니다.

이제 국가가 나서서 5.18의 진실규명 작업을 통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가야 할 때가 됐다고 봅니다.

대한민국의 새 역사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정부의 5.18에 대한 진실 규명을 요청합니다.
2017년 5월 15일

광주광역시장 윤장현
 

1980년 5.18 당시 육군본부가 헬기진압을 지시한 작전지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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