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김사복이 돼 5월 진실 알립니다”

9월 3일까지 외지인 대상 5월 사적지·영화 촬영지 탐방 매일 14회 운행
“‘광주 민간외교관’막중한 책임감…80년 5월 알리기 위해 오늘도 달린다”

지난 22일부터 송정역, 광주광역시청, 옛 전남도청, 금남로 등지를 운행하고 있는 ‘5·18택시’가 화제다.

바로 영화 ‘택시운전사’ 흥행과 함께 전국에서 광주를 찾아오는 외지 탐방객을 위해 광주광역시와 광주문화재단이 운영하고 있는 ‘5·18택시운전사’ 차량들이다. 택시를 타고 운전사의 해설을 들으며 국립5·18민주묘지, 옛 광주MBC사옥, 옛 적십자병원, 금남로(옛 도청-5·18민주화운동기록관) 등 5·18역사 현장과 영화 속 장소를 돌아보는 탐방 프로그램이다.

당초 5대로 시작한 프로그램에 전국에서 많은 이들이 몰려들면서 광주와 5·18에 대한 해설이 가능한 개인택시 기사 2명을 추가로 선정해 총 7대의 택시가 운행 중이다. 25일 현재 ‘5·18택시운전사’를 이용한 승객은 총51팀 115명으로 서울, 춘천, 이천, 용인, 부산 등 다양한 지역의 시민들이 함께 했다.

ⓒ광주문화재단 제공

‘5·18택시’의 주인공이자 영화 ‘택시운전사’의 김사복처럼 5․18민주화운동을 알리는 숨은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는 한진수(57), 송형섭(56), 정봉섭(53), 김일수(55), 김진웅(57), 조성수(66), 남영관(56)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80년 5월 직·간접 목격한 경험…아프고 참담한 기억

광주와 전남이 고향인 이들 모두 80년 5월을 직·간접적으로 목격했다. 당시에도 택시운전사였던 조성수 씨는 그때 광주의 모습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택시운전을 시작하고 3개월 만에 5·18민주화운동이 있었다. 대인동에서 군인들이 대검으로 사람을 무자비하게 찌르고, 때리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았다. 위르겐 힌츠펜터가 5·18을 세계에 알린 첫 외신기자였다면, 5월 21일 이후에는 곳곳에서 많은 외신기자들을 볼 수 있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광주에 머물고 있던 한진수 씨는 “5월 18일 이전인 16일과 17일에 이미 무장한 계엄군들이 곤봉을 휘둘리며 무자비하게 시민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걸 눈으로 직접 목격했다”고 전한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했던 남영관 씨는 시민군에 가담해 활동하다 롯데백화점 앞쪽에서 군인에게 붙잡혔고 친구들과 함께 당시 시청(현 구시청 음식문화의 거리) 지하실로 끌려가 갖은 고문을 당하다가 상무대 영창(현 5·18 자유공원)으로 옮겨져 풀려났다. “그때 상황이 너무나 생생하고,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이라고 회고했다.

함평이 고향인 정봉섭 씨는 당시 전남대 쪽에 살던 가족을 만나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광주를 들어오다 계엄군에게 저지당했지만 교복을 입은 그가 가족을 만나러 간다고 하자 들여보내 주었다고 한다. “장갑차와 탱크가 광주 시내를 점령한 모습이 믿기지 않았다” 고 기억한다.

다른 이들도 연휴에 고향에 내려갔거나 수학여행을 갔다가 광주로 들어오는 길이 막히는 바람에 항쟁 현장에는 없었지만 ‘광주가 쑥대밭이 되었다’는 소문에 애를 태우고 아파했던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광주와 5월 바로 알게 돼 감사·감동”반응에 큰 보람

5.18 당시에도 택시운전사였던 조성수 씨는 이번 프로그램이 특히 남다르다. “어느 순간부터 ‘내가 5월의 진실을 알리는 홍보대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그는 “외지 방문객을 싣고 그때의 현장 곳곳을 누비면서 참 감사하고 의미 깊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문화재단 제공

광주문화재단 문화관광탐험대로 활동했고 현재 사진 및 광주문화관광 강사로도 활동 중인 한진수 씨는 택시 트렁크에 항상 사진기를 넣고 다닌다. 평소에도 택시 운행을 하면서 틈틈이 사진을 찍어 광주 곳곳의 변화를 남기고 있는 그는 이번 ‘5·18택시운전사’에 참여하면서 열정적인 해설과 전문적인 사진 촬영으로 외지 승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송형섭 씨는 승객들에게 영화에 나왔던 노래 ‘단발머리’를 들려주기도 하고 국립5·18민주묘지로 이동할 때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틀기도 한다. “승객이 따라 부르기도 하고 좋아하니까 5·18에 대해 훨씬 수월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이번 5·18택시 운행으로 광주의 진실이 더 널리 알려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택시 경력 27년인 정봉섭 씨는 늘 “나는 광주 민간 외교관”이라는 생각으로 집을 나선다고 한다. 외지 방문객이 가장 먼저 접하고, 가장 많은 대화를 주고받는 이들이 바로 택시 기사이기 때문. “특히 이번 ‘5·18택시운전사’에 함께 하면서 광주를 알리는 연결고리 역할을 해야겠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더욱 느낀다.”고 말했다.

김진웅 씨는 “이전에는 손님이 5·18에 대해 물어보면 내가 알고 있는 범위까지만 이야기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나 또한 광주와 5월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공부하게 됐다”고 전했고, 남영관 씨는 “개인적으로 80년 5월은 잊고 싶은 고통스러운 기억이지만 이런 계기로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널리 알릴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는 소감을 밝혔다.

김일수 씨는 기억에 남는 승객 이야기를 들려줬다. “서울에서 온 손님이 옛 전남도청에서 할머니들이 직접 만든 주먹밥을 먹은 뒤 엄청나게 감동했다. ‘영화에서 송강호가 5·18현장을 버려두고 서울 올라가는 길에 들른 국수집에서 주먹밥을 먹으며 느꼈던 그 복잡한 감정을 알 것 같다’고 하더라. 그 말을 들으니 절로 힘이 나서 더 열정적으로 설명하게 돼더라.(웃음)”

실제로 지난 23일 ‘5·18택시운전사’를 이용한 승객은 개인 블로그를 통해 “그동안 몇 번의 광주여행을 떠나봤지만 오늘만큼 감동적인 것은 없었던 것 같다. 4시간 동안 위르겐 힌츠페터가 되어 나만의 김사복과 함께 5·18 현장을 꼼꼼히 둘러보며, 직접 몸으로 그날의 현장을 느꼈다.”며 “이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운영돼 광주를 방문하는 외지인에게 5·18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알리는 역할을 했으면 한다.”는 감상과 함께 감사의 인사를 전해왔다.

‘5.18택시운전사’는 오는 9월 3일까지 타 지역 거주자를 대상으로 2~4시간 걸리는 2개 코스를 1일 14회 무료 운행한다. 이용하고 싶은 외지 방문객은 1~4인 단위로 날짜와 시간을 정해 전화예약하면 된다. 택시 이용 가능시간은 오전 7시~오후 7시이며 경우에 따라 다른 방문객과 합승할 수도 있다. (062)670-7483, 7485

·1코스 : 송정역 – 5·18자유공원 – 광주광역시청 – 국립5·18민주묘지 – 옛 광주MBC사옥 – 옛 적십자병원 – 금남로(옛 도청-5·18민주화운동기록관) - 송정역

·2코스 : 광천터미널 – 광주광역시청 - 5·18자유공원 – 국립5·18민주묘지 – 옛 광주MBC사옥 – 옛 적십자병원 – 금남로(옛 도청-5·18민주화운동기록관) - 광천터미널

 

 

■ 붙임. ‘5·18택시운전사’ 7명의 김사복

한진수(57세. 택시경력 15년)/ 송형섭(56세. 택시경력 8년)/ 정봉섭(53세. 택시경력 27년)/ 김일수(55세. 택시경력 8년)/ 김진웅(57세. 택시경력 5년)/ 조성수(66세. 택시경력 40년)/ 남영관(56세. 택시경력 2개월)

 

■ 별첨. ‘5.18택시운전사’ 7명 인물사진.

(왼쪽부터) 김일수, 조성수, 정봉섭, 김진웅, 송형섭, 남영관, 한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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