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우정청, 유가족 추천 위원 "자살과 직적 관련이 없다" 거부

노동부도 "우정사업본부 특별근로감독 불가능하다" 답변  

유가족. 대책위, 19일 기자회견 열고 '대책위 요구안 수용' 촉구
유가족.시민사회, 서광주우체국장 만나 "진정한 사과문" 요구


지난 5일 사망 후 14일째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는 고 이길연 서광주우체국 집배노동자의 진상규명을 위한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이 답보상태다. 또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도 거부돼 유가족과 대책위가 크게 반발하게 있다.  

19일 유가족과 시민사회로 구성된 대책위에 따르면 전남우정청은 18일자 공문을 통해 유가족이 추천한 진상조사위원 3명 중 김성진 변호사만 수용하고 나머지 2명은 '고 이길연 자살과 직접 관련이 없어 수용이 곤란하므로 양측 대표 변호사가 협의하여 구성'하자고 거부했다.

고 이길연 집배노동자 유가족과 대책위원회가 19일 오전 서광주우체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조사위 구성과 특별근로감독 실시 등을 거듭 촉구하며 고인에 대한 추모 묵념을 하고 있다. ⓒ광주인

앞서 지난 16일 유가족과 대책위는 전남지방우정청에 양쪽 인사가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6명으로 구성하자며 3명의 추천 인원을 통보했었다. 

대책위는 전남우정청의 2명의 유가족 추천 위원 거부에 대해 "추천 위원이 민주노총 집배노조 소속으로 각각 상근자와 해고자 노동자 신분이기 때문에 수용불가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이미 유가족이 추천한 2명의 조사위원 참여는 양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유가족과 대책위는 이날 오전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서광주우체국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요구는 상식적"이라며 "그동안 우정사업본부에 수 차례 호소하고 요청했던 것으로 고인의 명에회복을 위한 첫 걸음"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우정본부의 '안타깝고 송구하다'는 입장은 거짓임이 밝혀졌다"며 "사회적 타살과 책임을 인정해 유가족이 원하는 진상조사위 구성안으로 꾸려야 맞다"고 거듭 촉구했다.

또 유가족과 대책위는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이 지난 18일자 공문을 통해 '우정사업본부 특별근로감독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산재은폐 사례를 찾아야 할 당사자인 노동부가 도리어 '관련 자료를 구체적으로 제출하라'고 유가족과 대책위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고용노동부의 '문제가 해결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발언은 당장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면피성 발언임이 드러났다"며 "유가족과 대책위의 아픔을 살핀다면 노동부가 스스로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끝으로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우정본부와 노동ㅂ가 보인 태도로 인해 앞으로 직면할 국민적 비판은 본인들 스스로 자처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며 "유가족 뜻대로 진상조사위 구성, 노동부의 우정사업본부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실시, 우정사업본부장 사과"를 주장했다.

이날 유가족과 대책위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곧바로 우홍철 서광주우체국장을 만나 80여분간 "우선 진정한 사과"를 거듭 전달했다. 면담과정에서 우 국장의 고압적 태도와 경찰 신고 때문에 유가족과 대책위 간부들이 약 20여분에 걸쳐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지난 12일부터 서광주우체국 앞으로 옮긴 고 이길연 집배노동자 분향소에서 유가족과 대책위가 추모객들을 맞고 있다. ⓒ광주인

한편 유가족과 대책위는 지난 12일부터 분향소를 광주기독병원에서 서광주우체국 앞으로 옮겨 천막분향소에서 농성과 함께 추모객들을 맞고 있다.

고 이길연 서광주우체국 집배노동자는 18년째 근무하다가 지난 8월 10일 우편배달 중 교통사고를 당했으나 산업재해 혜택을 못받고 개인적 처리를 병가로 입원과 통근치료를 받던 중 서광주우체국으로부터 '출근종용'과 '무단결근' 압박 문자메시지를 받은 후 지난 5일 '두렵다, 이 아픈 몸을 이끌고 출근을 하라네. 사람 취급 안하네. 가족들 미안해'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기자회견문 [전문]

손바닥 뒤집듯 입장 번복하는 영혼 없는 공무원의 대표주자,
우정사업본부와 노동부는 즉각 대책위의 요구를 수용하라.

지난 9월 5일 故 이길연집배원이 사회적 타살을 당한지 2주가 되어가고 있다. 2주 동안 차가운 냉동고에 있는 고인을 보며 유가족과 대책위는 하루하루 타들어가는 마음으로 사건이 하루빨리 제대로 해결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 마음을 담아 대책위와 유가족은 지난주 서광주우체국과 전남지방우정청, 우정사업본부 마지막으로 광주지방고용노동청에 요구안을 담을 공문을 발송했다. 우리의 요구는 아주 상식적이다.

바로 우정사업본부장(직무대행)의 책임 있는 사과 및 유가족이 합의할 수 있는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이 요구안이다. 이는 그간 수차례 호소하고 요청했던 것으로 고인의 명예회복을 위한 첫걸음일 뿐이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9월 18일 오후 답변 공문을 통해 ‘우정사업본부 특별근로감독을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보냈다.

또한 산업재해 은폐와 관련해서도 은폐 사례를 찾아야 할 당사자인 노동부가 도리어 산재은폐 자료를 ‘구체적’으로 제출하라고 대책위와 유가족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다.

우정사업본부 역시 같은 날인 9월 18일 사과를 하겠다는 답변은커녕 유가족이 원하는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인원에 대하여 ‘수용 불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동료와 가족을 죽인 살인자가 진상조사위원회에 들어 갈수는 없다는 유가족의 상식적인 요구마저 묵살한 것이다.

이로써 반복되는 집배원 사망사고와 관련하여 우정사업본부가 밝힌 ‘안타깝고 송구하다.’는 입장은 거짓임이 밝혀졌다.

‘문제가 해결되도록 노력하겠다.’는 고용노동부의 발언 역시 당장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면피성 발언임이 드러났다. 문재인정부는 공무원들에게 연일 ‘영혼 있는’ 공무원이 되어 국민들에게 진정한 봉사자가 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와 고용노동부 역시 이를 충실히 이행해야 함에도 오히려 역행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진정으로 유가족과 대책위의 아픔을 살핀다면 산재은폐에 대한 구체적 증거를 찾아오라고 명령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조사해야 할 것이다.

또한, 우정사업본부는 사회적 타살의 책임을 인정해 유가족이 원하는 구성안대로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는 것이 맞다. 어제 우정사업본부와 고용노동부가 보인 태도로 인하여 앞으로 직면하게 될 국민적 비판은 본인들 스스로가 자처한 것임을 똑똑히 알아야 할 것이며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우정사업본부는 유가족의 뜻대로 진상조사위원회 즉각 구성하라!

고용노동부는 우정사업본부에 대한 특별감독 당장 실시하라!

사회적 타살에 대하여 우정사업본부장이 책임지고 사과하라!

2017년 9월 19일

서광주우체국 故이길연 집배원 유가족, 대책위의 요구 묵살한

우정사업본부, 노동부 규탄 및 향후 투쟁 계획 발표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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