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강현욱 이사장 등 5명 잔류... 25일 교육부 사분위가 '분수령'

김용억 이사 "대학구성원들이 현명하게 이사회 문제 해결 기원"
이광호 이사 "조선대는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야" 공익이사 주장


조선대학교 구성원과 시민사회 그리고 지역정치권과 교육계가 '현 이사회 퇴진'과 '임시이사회 구성'을 잇따라 요구한 가운데 조선대 법인 이사 중 일부가 사퇴하면서 대학정상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조선대학교 정상화를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실행위원장 김성재 교수)에 따르면 19일 김용억 이사에 이어 20일 이광호 이사가 각각 사퇴했다.  

조선대학교 구성원과 광주전남 시민사회단체가 지난 15일 세종시 교육과학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현 이사진 전원 사퇴와 임시이사 파견'을 촉구하고 있다. ⓒ조선대학교 민주동우회 제공

따라서 현재 강현욱 이사장과 함께 구경영진 쪽 이사로 알려진 김현정, 이효복, 유세희 이사 그리고 김창훈 이사 등 5명만 잔류하게 된 것. 

당초 제2기 조선대 법인이사회는 2014년 2월 26일 8명의 이사로 구성됐다가 2016년 4월 황금추 이사가 법적문제로 자진사퇴하면서 7명이 이사회를 유지해왔다.

김용억 이사는 지난 19일 조선대 누리집 '교직원 알림마당'을 통해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저는 9월 7일자로 제2기 이사로서 모든 권한을 내려 놓았습니다. 조선대 구성원들이 현명하게 이사문제를 해결하기를 기원한다"고 사퇴의 변과 대학 정상화에 대한 짧은 입장을 밝혔다.

이광호 이사도 20일 "제2기 이사회의 청산을 통해  호남 민중이 세운 조선대학교를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조선대학교를 사랑하는 구성원의 한 일원의 자리로 돌아갑니다”고 사퇴 의사와 함께 '공익형 이사회 구성'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조선대 이사회는 9명 이사 중  4명의 결원이 발생함에 따라 교육부의 임시이사 파견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광주전남지역의 조선대 정상화 여론도 뜨겁다. 조선대학교 교수평의회, 직원노조, 총학생회, 총동창회 등 대학구성원과 광주전남 시민사회 그리고 윤장현 광주광역시장과 장휘국 광주광역시교육감, 광주광역시의회, 전교조 광주지부 등은 성명과 입장문을 통해 "조선대학교 2기 이사진의 퇴진과 임시이사 파견"을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교육부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오는 25일 조선대 현 이사회 임원취소와 임시이사 파견 등을 놓고 회의를 할 것으로 알려져 조선대 정상화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편 조선대 정상화 범시민대책위는 오는 21일 오후 금수장에서 열리는 현 이사회 회의에  앞서 강현욱 이사장을 만나 사퇴를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범시민대책위는 지난 14일부터 조선대 법인 이사장실에서 '현 이사회 퇴진'과 '공익형 이사회를 위한 임시이사 파견' 등을 주장하며 20일 현재 7일째 점거농성 중이다.
 

이광호 이사 사퇴표명 교직원 알림마당 글 [전문] 

호남 민중이 세운 조선대학교를 국민의 품으로

저는 이제 조선대학교의 이사에서 조선대학교를 사랑하는 구성원의 한 일원의 자리로 돌아갑니다.

이광호 조선대 이사.

민립대학의 설립정신과 1․8 항쟁의 정신을 구현하고 구성원의 목소리를 이사회에 담아 학교발전을 돕고자 했던 저의 소박한 꿈은 이루지 못하였지만, 위기가 닥치면 구성원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쳐 다시 일어서는 우리 대학의 저력과 정체성을 확인하면서 그나마 가벼운 마음입니다.

『조선대학교』 저에게는 청춘이었고, 심장이었습니다. 

각자에게 각기 다른 의미로 다가서겠지만 저에게는 때론 먹먹하게, 때론 심장을 뛰게 합니다.

20대의 청춘을 불사르며 학원의 민주화와 1․8 항쟁을 위해 뛰었던 조선대학교를 3~40대 소시민으로서는 먼발치에서 마음으로만 응원하다, 50대에 개방이사라는 중책으로 다가설 때 조선대학교는 제게 ‘운명’ 이었습니다.

그러한 조선대학교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역설적이게도 이제 그만 두어야 합니다.

과거와의 청산은 새로운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합니다. 우리 대학의 정이사 체제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출발하였습니다. 구 경영진의 몫을 인정해주는 사분위의 결정은 반역사적이고 비논리적입니다.

사학분쟁의 원인을 제공했던 구 경영진을 다시 복귀시키는 퇴행적 결정이 우선 잘못되었고, 개방이사 제도로써 이를 잠재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우리의 자만이 두 번째 실수였습니다.

제2기 이사회를 보더라도 얼핏 수적으로는 우세하게 보일 수 있었습니다만 철저한 검증을 하지 못한 개방이사 선임으로 초반부터 삐걱거렸고, 이사장, 감사, 이공대 총장 선임과정에서 이사진 내부 판도는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주도권을 쥐는 이들이 따로 있게 되었습니다.

원만한 이사회 운영이라는 미명하에 벌어지는 이사장의 교묘한 줄타기는 비위에 거슬리긴 했으나 때론 어른대접으로, 때론 진심어린 호소로, 때론 논리적 정당성으로 설득하며 불편한 동거를 해왔습니다.

총장 직선제를 거치며 이사회에서는 각기 이해를 달리하는 세력이 더 분화되어 그 시점부터는 구성원의 목소리를 대변할 우군이 단 한명도 없이 홀로 외롭게 싸워 왔습니다. 다행히 구성원이 하나로 뭉쳐 든든한 뒷배가 되어 그나마 힘을 얻고 위안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종전이사 여러분께 호소 드립니다. 생물학적 나이는 제가 제일 어리지만 그 동안 3년 6개월 이사직을 함께 한 옛 정(?)으로 이제 미련을 접고 그만 두시기를 마지막으로 권합니다.

저의 제안에 늦게나마 응답해 주신 김용억 이사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역사는 퇴보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역사의 거대한 물줄기를 거스르는 것은 어리석고 무모하기 짝이 없습니다.

한 인격체로서 사회적 생명을 이어가는데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이사직을 연연해하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 드리는 말씀입니다.

제2기 이사회는 청산되어야 합니다. 호남 민중이 세운 조선대학교는 다시 민중의 품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호남 민중이 일제 강점기의 설움을 되풀이하지 않고 민족의 동량을 키워낼 마음으로 세운 자랑스러운 조선대학교, 찬란했던 조선의 역사를 외세에 의해 내렸던 이름을 다시 ‘조선대학교’라는 이름을 내걸고 세운 숭고한 학교! 이사들의 학교도 아니고 구성원만의 학교도 아닌 민중의, 국민의 학교로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제2기 이사회는 청산되어야 합니다. 지금 시점에서는 ‘틀림’은 철저히 경계하되, 조그만 ‘다름’은 서로 인정하고 민립대학이라는 설립가치와 자랑스러운 조선대학의 미래를 위해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과도기적으로 임시이사는 과거와의 단절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 같습니다.

다만, 종전의 정부 중심의 임시이사가 아닌 지역민과 구성원의 뜻이 담긴 임시이사이어야 할 것입니다. 그 임시이사는 설립역사를 이을 새로운 정이사 제도를 위한 주춧돌이 되어야 합니다.

앞으로의 조선대학의 미래는 단결된 구성원이 있어서 밝습니다. 사실 현재의 교육현장의 상황이 결코 좋지는 않습니다.

학령인구 감소로 재정 건전성의 악화는 불을 보듯 뻔하고, 교육재정 지원이라는 미명하에 각종 공모사업을 통해 대학을 줄 세우는 정부의 교육정책이 바뀌지 않고 있으며, 신자유주의 물결과 재정악화에 따른 비정규적 교원의 급증은 교육의 질을 떨어뜨려 갈수록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구성원이 조선대학의 미래를 함께 꿈꾸며 단결되어 있다면 헤쳐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우리 대학의 설립정신과 정체성을 되찾고 구성원과 함께 하는 이사진이 구성되면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 길에 저도 미력이나마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그날을 위해 우리 모두 힘을 냅시다!

2017년 9월 20일

학교법인 조선대학교 종전이사 이광호 올림

김용억 이사 사퇴표명 교직원 알림마당 글 [전문] 

구성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2기 이사 김용억입니다. 저는 9월7일부로 제2기 이사로서의 모든 권한을 내려놓았습니다. 신임이사 구성 등 앞으로의 현안들이 많지만 우리 구성원들께서 현명하게 잘 대처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가정 모두의 건승을 기원드립니다. 그 동안 감사했습니다.

2017년 9월 19일

학교법인 조선대학교 종전이사 김용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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