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모임 "시민을 우롱말라" 성명 전문

광주도시철도 2호선 착공 반대 시민모임 성명 [전문]

윤장현 시장은 흔들리는 원칙, 거짓된 술수로 시민을 우롱하지 말라.

‘윤장현 시장 임기내 도시철도2호선 착공반대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은 지난 8일, 안전하지도, 효율적이지도 않은 도시철도2호선을 굳이 환경영향평가도 없이 자신의 임기내에 착공하려 강행하는 윤장현 시장의 무모함에 대해 질타하였다.

기자회견 이후 윤장현 시장이 언론에 반박자료를 배포하고 어제(9일) 오전 간부회의에서도 ‘흔들림 없는 추진’을 공언했다 하기에, 진실을 호도하는 윤 시장의 행태에 대해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4.5㎞ 1단계 구간에서 우선 착공하기로 했던 것을 최근 2.89㎞로 구간을 쪼개 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하고 있다”는 시민모임의 주장에 대해, 광주시는 “효율적인 공사추진과 지역업체 참여기회 확대를 위해 추정가격 1000억원 이하로 공구를 분할한 것”이라 반박하였다.
 

지난 8일 시민모임이 광주도시철도 2호선 윤장현 시장 임기내 착공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하지만 시민모임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러한 답변은 거짓된 말장난에 불과하다. 지역건설업체들이 도시철도시공 실적이 없는 관계로 1000억원 미만으로 줄이나, 당초대로 발주하여도 차이없다는 것이다. 차라리 100억원이나 300억원대 이하로 낮추면 가능한 일일수도 있다.

그러나 현제 법규와 광주시 입찰제도에 따른다면 지역업체의 참여기회는 늘어나지 않는다. 지역업체는 어느 한 곳도 도시철도 공사경험이 없어 1순위로 공사를 수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윤 시장이 말하는 ‘효율적인 공사추진’이란, 환경영향평가를 거치면 올 연말에야 첫 삽을 뜰 수밖에 없는 도시철도 공사를 자신의 임기내에 알박기하려는 ‘효율성’에 불과하다. 핑계 없는 무덤 없다지만, 제 입으로 ‘시민시장’이라는 자의 변명치고는 너무도 궁색하다.

또한 광주시는 “환경영향평가는 기 계약된 평가업체가 환경영향평가 기준에 따라 실시하고 있으며, 전문가 자문을 받아 환경영향에 대한 저감대책을 마련하여 사업계획에 반영(설계 포함) 후 공사 착공한 다음 1단계(17.06㎞) 환경영향평가 신청시 우선착공구간 포함 협의(금년 5월 중)할 계획임”이라고 반박하였다.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를 받지도 않고 마치 그런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지만, 환경영향평가 승인은 ‘평가업체’가 아니고 환경부의 몫이다. 시험을 치르는 학생이 스스로 점수를 매겼다고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다.

서울도시철도 5호선과 8호선의 경우 “공구분할로 환경영향평가 대상 미만인 경우 우선착공 후 잔여구간 사업승인 전에 환경영향평가 협의”했다는 사례를 들지만, “서울시는 지하철5,7,8호선과 도시고속도로(성산대교∼월능교간 19.2㎞)건설공사를 환경영향평가 없이 지난해(1990년) 무단착공해 말썽을 빚었으며 이 가운데 지하철7호선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1991년 7월) 환경영향평가서를 환경처에 제출하지 않고 있다.”는 당시의 언론보도를 보면 이런 해명 자체가 무색하다.

민주성지로 타시도의 모범이 되어야 할 광주시가 언제부터 노태우 정부 시절의 악행이나 부끄러움 없이 따라하는 꼴이 되었는지 참으로 씁쓸하다.

광주시의 말대로 지방선거를 한 달 앞둔 5월에 환경영향평가를 신청하면 금년 말에나 그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 결과도 보기 전에 하필 “저수지의 지하수 움직임에 따라 구조물이 취약해지지 않는지 등 안전성과 연동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받아 온 운천저수지 인근에서 우선 착공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의심스럽다.

가장 신중을 기해야 할 곳에서조차 4km 이하 구간 쪼개기로 환경영향평가를 피해간다면 윤시장이 내세운 ‘안전성’이라는 원칙 자체가 훼손되기 때문이다.

설령 다행히 그 구간에서는 문제가 없다손 치더라도 전 구간 환경영향평가 없이 공사를 시작했다가 만일 다른 곳에서 문제가 있을 경우 발생하게 될 매몰비용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효율적인 대중교통 체계 구축을 위해 도시철도 2호선 건설여부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라”는 시민모임의 주장에 대해서도, 광주시는 “행정력 낭비는 물론 행정에 대한 일관성과 신뢰성을 상실할 수 있고 다수 시민의 뜻에 반하므로 당초 계획대로 추진”한다고 답했다.

광주시는 도시철도2호선이 “2002년 최초 승인, 고시된 이후 16년 동안 건설여부, 운행노선, 건설방식 등에 대해 수차례 논의를 거쳐 현재 실시설계 및 착공단계”에 와 있다며 그 피로감을 말하지만, 그렇게 논란이 될 만큼 도시철도2호선에 문제가 많다는 점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한다.

무엇보다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인수위 시절도, 취임 후 도시철도2호선 TFT를 구성했을 때도, 시민사회단체들과 NGO센터에서 이 문제를 공론화했을 때도, 현 저심도 도시철도 투입예산에 비해 문제가 있으니 다른 대안을 놓고 토론하고 의견이 모아지려 할 때마다 매번 독단적으로 ‘기존방식과 임기내 착공’을 공언함으로써 공론장을 무력화시킨 장본인이 윤시장이라는 점이다.

더구나 지하철 1호선 재정부담금이 하루 1억 원이나 된다는 이유로 도시철도 2호선 건설 여부를 재검토하겠다고 공언했던 사람이 바로 시장후보 시절의 윤장현 본인이었다. 그렇다면 행정력을 낭비하면서 이 문제를 매듭짓지 못하게 한 책임은 시민이 아닌 윤시장에게 있다 할 것이다.

늦었다 생각할 때가 빠른 때다. 신고리 5·6호기 원전 공사도 30% 진행된 시점에서 공론화위원회를 열어 사회적 합의를 시도했고 긍정적인 성과를 냈다.

경남 창원시도 10여 년 전부터 도시철도 건설계획을 세웠지만, 재정건전성이 악화돼 효율성이 낮다는 이유로 2014년에 사업을 철회했다. 재정자립도, 재정자주도, 재정력지수가 창원시와는 비교가 안 되는 광주가 제대로 된 논의도 없이 사업을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윤시장이 일관성 없는 행정으로 잃어버린 신뢰를 이제라도 되찾고자 한다면 스스로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어 시민의 뜻에 따라야 한다.

“도시철도 2호선 건설이 지연되면서 오히려 승용차 이용이 대폭 증가하는 등 교통문제가 심각한 수준으로 조속한 건설이 요구”된다는 시의 주장에는 헛웃음마저 나온다. 광주시의 교통문제가 도시철도 2호선이 없기 때문이라는 근거가 하나라도 있다면 제시해주기 바란다.

오히려 차고지증명제를 전격 시행한 제주시의 경우, 일 년 만에 중형 자가용 자동차 신규등록대수를 30% 가까이 떨어뜨렸다. 자기차고지를 갖지 못한 시민들에게는 유료공영주차장을 마련해주고, 대중교통체계를 개편해 교통체증, 주차문제, 대기오염 등을 해소해 가는 제주시의 사례와 같은 모범정책을 개발시행하거나 선진사례를 따르지 않고, 2002년에 승인한 구닥다리 계획에 근거해 ‘행정의 일관성’ 운운하는 광주시가 제정신이라고 할 수 있는가.

광주시의 대중교통체계가 엉망이기 때문에 시민들이 어쩔 수 없이 승용차를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왜 아무런 책임의식도 보이지 않는가.

더구나 제주시와 같은 행정혁신이 없는 광주에조차 자동차 신규등록 증가율이 계속 감소추세인 것을 안다면, 감히 승용차 이용이 도시철도 2호선이 없기 때문이라는 망발은 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갈수록 신규자동차 등록 증가율이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는 통계를 참고 하길 바란다.

“특히, 2014년 재검토 과정에서 다수 시민들의 뜻에 따라 우리시의 재정여건 등을 감안하더라도 공익과 복지, 사회 인프라 차원에서 2호선을 건설해야 한다고 결정한 바 있음”이라고 주장한 광주시는 그 증거를 제시해 주기 바란다.

광주시는 도시철도가 “타 교통수단에 비해 저렴하고 정시성, 신속성, 대량수송이 가능하며,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교통약자나 학생 등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도시의 기반시설”이라고 강변하지만, 오히려 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는 무인 운행할 도시철도2호선이 장애인과 교통약자들의 사고위험을 높일 수 있음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트램 공법에 비해 저심도 공법은 예산이 3배나 많이들 뿐만 아니라, 교통약자들에게 훨씬 더 불편하다. 기본설계를 기준으로 해도 예상 사업비가 2조579억 원이고, 실제 공사비는 3조에 이를 수도 있는 지하철이 ‘타 교통수단에 비해 저렴하다’고 생떼를 써야 하는 광주시의 입장이 처량하기까지 하다.

해마다 수백억 원의 적자를 보전해주기 때문에 시민들이 지하철을 값싸게 이용할 수 있음을 잘 아는 광주시가 왜 이런 눈속임까지 해야 하는가.

“자율주행자동차가 개발되고 신교통수단(트램 등)이 도입되더라도 도로를 이용해 통행하므로 도로혼잡은 지속될 것이며, 막대한 사회적 비용도 증가”할 것이라고 광주시는 주장한다.

하지만 2016년에 이미 자율주행자동차가 등장한 20년 후에는 자동차 사고가 약70%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통상자원부에서 예측한 바 있다. 자율주행 셔틀버스 시범운행에 나선 판교제로시티의 사례를 보라.

중앙관제센터에서 시범운행 전 차량의 주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전송받아 교통상황을 관리하고 사고를 미연에 방지한다. 미래 자동차 산업밸리를 만든다는 광주에서 이런 노력은 기울이지 않고, 꼼수 행정만 답습하는 윤장현 시장의 행태가 너무나 답답하다.

애초 ‘안전성, 기존노선 유지, 임기내 착공’을 3대 원칙으로 내걸었던 윤장현 시장이 은근슬쩍 ‘안전성, 효율성, 임기내 착공’이라고 말을 바꾸더니, 이번에는 ‘공정성’을 추가해 ‘안전성, 공정성, 효율성, 임기내 착공’을 4대원칙이라며 내세운다.
 

시민모임이 지난 8일 광주시청 앞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을 시작하고 있다.


흔들리는 원칙은 원칙이 아니다. 광주시는 도시철도2호선이 “지난 수십 년간 수많은 토론과 논의 등 충분한 검증을 거쳐 추진되고 있으며, 대다수 시민은 이제 흔들림 없이 가야한다는 의견”이라고 말하지만, 이 모두가 거짓임을 충분히 증명했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논란의 종지부를 찍지 못한 것은 윤시장 때문이었고, 환경영향평가도 없었으니 충분한 검증을 거친 것도 아니며, 광주시는 시민들의 의견이 무엇인지 제대로 물어본 적도 없다.

광주시는 역세권 운운하며 개발이익을 바라는 일부 건설업자와 시민들의 지지를 얻으려 하지만, 서울이나 부산과 달리 인구가 많지 않은 광주에는 역세권이라는 게 형성되지 않는다.

인건비와 고정비를 제외하고 정책사업에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예산이 연간 약 천억 원에 불과한 광주시에서 도시철도1호선, 버스준공영제, 제2순환도로 3가지만 합해도 1년에 1천100억 원을 쓰고 있고, 그 하루 적자규모가 약 3억 원에 이른다.

내 집 앞에 지하철이 다닌다면 더 편리할 수는 있겠지만, 그 조금의 편리를 위해 다수 시민 복지가 훼손당한다는 것을 안다면 광주의 시민들은 도시철도2호선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현실을 알지 못하는 시민들의 눈을 속여 ‘대다수의 지지’ 운운하는 윤장현 시장은 시민시장으로서의 자격이 없다.

다산 정약용의 당호 ‘여유당’은 “머뭇거리기를 겨울에 시내 건너듯 하고, 주춤거리기를 사방 이웃을 두려워하는 듯하라”라는 노자의 한 구절에서 따왔다.

윤장현 시장에게 옛 선비의 품격까지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나, 시민의 눈을 두려워하지 않고 환경영향평가도 없이 가장 위험한 구간에서부터 공사를 시작하려 하는 그 무모함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재임 동안 한번도 ‘시민시장’의 모습을 보이지 못했고, 박근혜 정부의 부당한 요구에도 ‘광주시장’으로서 떳떳이 맞서지 못했던 그가, 굳이 퇴임을 코앞에 둔 이 시점에 시민의 요구를 묵살하고 공사를 강행하는 그 이유가 너무나 궁금하다.

개발독재 시대에는 늘 ‘국민의 뜻’이라며 땅을 파헤쳐 건설업자들의 배를 불려주고 그 떡고물로 선거를 치렀다.

윤장현 시장은 ‘역세권’이라는 허황한 욕심을 부추겨 ‘다수 시민의 뜻’이라 호도하지 말고, 지방채를 발행해 광주시민을 엄청난 빚더미에 나앉게 할 도시철도 공사여부에 대한 공론화 작업부터 시작하기 바란다.

상식(common sense, le bon sens)은 다수의 견해가 아니라, 합리적 이성에 근거한 건전한 생각을 말한다. 윤 시장이 그런 상식을 갖춘 사람일 거라는 시민들의 마지막 기대마저 무너뜨리지 않기를 바란다.
2018년 1월 10일

윤장현 시장 임기내 착공반대 시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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