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섭 일자리부위원장께 드리는 공개질의 [전문]

지난 2016년 4월13일 국회의원 선거에서 광주의 더불어민주당 후보 모두가 낙마했다. 그나마 승리를 예상했던 ‘한 명’ 의 후보가 하루 뒤 광주를 떠나 서울로 갔다.

그는 “현실 정치를 떠나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며 “존경하는 광주시민 여러분! 그 동안 정말 고마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라는 인사말을 남겼다. 그는, 이용섭 현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다.

이 부위원장은, 떠나면서 내 놓은 공식 성명을 통해 “광주 정치를 계속 하는 것은 결코 호남 정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도 했습니다.”라는 특이한 문장을 남겼다.
 

민형배 광주 광산구청장이 지난 17일 광주 남구청에서 강연하고 있다. ⓒ광주 광산구청 제공


광주 정치를 계속 하겠다는 것인지, 그만 두겠다는 것인지 독해가 불가능하다는 면에서 특이했다. 살펴보니 이때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이러한 특이함이 이 부위원장의 태도였다.

광주를 떠나기 직전, 그러니까 총선 선거운동이 한창이었을 4월6일 TV토론에 나와 이용섭 후보는 “광주와 광산 발전을 위해 시장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으로 두 번 뽑아줬는데 그 때마다 시장 선거에 나왔다는 경쟁후보의 질문에 답하는 흐름이었다.

그래서 이 발언은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이라는 단서가 달린 것이었다.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시장 선거에 안 나오고 당선이 안되면 나올 수도 있다는 말인가? 참으로 특이한 답변이었다.

이 부위원장의 특이함은 최근까지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다. 지난해 연말 페이스북을 통해 나는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에게 광주시장 선거 출마 여부를 분명하게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국정에 전념할 것인지, 선거전에 뛰어들 것인지를 정확히 하는 것이 광주시민에 대한 예의이고, 집권 2년 차를 설계해야 하는 대통령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서 그렇게 요청했다.

이 부위원장은 올해 1월3일 광주지역 정치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어느 도시가 광주처럼 (일찍) 선거운동을 하느냐, 비정상이 정상을 압도하고 있는 것”이라며 “시장은 열심히 하고 구청장은 구청장의 역할을, 일자리부위원장은 일자리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이 나라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고 벌써부터 이런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결론은 “선거에 나가겠다는 것도, 나가지 않겠다는 것도 아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최근 나는 ‘사석에서’ 이 부위원장에게 출마여부를 물었다. 이 부위원장의 출마 의지는 확고했다. 출마는 개인의 선택이므로 말릴 자격이 내게는 없다. 하지만 나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 너무나 많았다.

이 부위원장은 늘 ‘원칙과 정도’를 말했고 ‘실력과 성과’를 강조했다. 그럼에도 최근 보인 행보는 ‘원칙과 정도’에서도, ‘실력과 성과’에서도 멀어 보였기 때문이다.

이 글은 이 부위원장의 행보에 대한 ‘공개질의’이다. 이 부위원장의 답이 수긍이 간다면, 같은 소속 정당의 동지로서 나는 그와 즐거운 경쟁을 펼칠 것이다. 수긍하기 어려운 답이라면, 더불어민주당 광주시장 후보로서 ‘자격미달’이라 여기고, 경쟁이 아닌 그의 ‘후보낙마’를 선거운동의 목표 중 하나로 가져갈 생각이다.

경쟁자인 내가 하는 질의여서 ‘나를 위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는 충분하다. 그렇더라도 어쩔 수 없다. 정치적 유불리에 상관없이 광주시민이라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질문이다.

시장선거에 나서게되면 피할 수 없는 질문들이다. 그 질문을 대신하는 것으로 여겨주길 바랄 뿐이다. 다섯 가지로 요약해 질문한다.

첫째, 이 부위원장은 광주를 떠났다. 그 동안 지역구 안에 있는 임대 아파트 하나를 놔두고 광주와 서울을 오가며 정치활동을 했다. 서울에서 ‘출퇴근’하는 정치인이었던 것이다.

그나마 국회의원 선거에서 떨어지자 누가 등을 민 것도 아닌데 스스로가 광주를 떠난다고 명확히 말했다. 광주를 등에 업고 공직을 수행하다 광주가 공직을 주지 않으니까 떠나는 정치인이 과연 광주에 필요한지 의문이다. 이 부위원장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둘째, 이 부위원장은 광주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에게서도 떠났다. 일자리 부위원장 직을 갖고서 주말 주중 가릴 것 없이 수시로 광주에 와 언론인과 시민들을 만나고 다니면서 시장 출마의 밑불을 지폈다.

오죽하면 국민의당이 공식 논평을 통해 “이 부위원장의 행보는 국민의 일자리 창출이 아닌 개인의 일자리 창출에 무게가 실려 있다”며 비난하는 지경에 이르렀을까.

촛불시민이 만들어 준 문재인 정부, 그 정부의 최대 국책과제인 ‘일자리’ 창출을 자신의 정치적 입신을 위해 활용했다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이 의문에 어떻게 답할 것인가.

셋째, 이 부위원장은 또 다른 의미에서 문재인 정부에게서 떠났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을 보았다. 여전히 내 아이에겐 희망이 없다. 공공부문에서 81만개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 이외엔 보고서의 진심을 느낄 수 없었다.

지난 1년 가까이 ‘일자리위원회’가 한 일이 이 리포트 한 편이라니….” <한겨레> 1월10일자 황광우 선생의 칼럼 한 대목이다. 칼럼은 이렇게 끝을 맺는다. “일자리위원회는 나라의 운명을 걸머지고 있는 위원회다. 전쟁을 지휘하는 사령탑이다.

그런데 전쟁터에서 자신의 몸을 빼려 하는 장수가 있다는 소문이 들려온다. 왜 촛불인가? 촛불은 자신의 몸을 태워 어둠을 밝히기 때문에 촛불이다. 촛불로 만들어진 정부, 문재인의 일자리위원회에 ‘살신성인’(殺身成仁)을 고대하는 것은 우리의 과욕일까?” 황광우 선생의 진단은 간단하다.

이용섭 부위원장의 일자리위원회 성과는 아직 좋지 않다. 할 일이 더 많다. 그런데 무책임하게 발을 빼려 한다. 이게 정당한 행위인가, 하는 질문이다.
 

2014년 2월 광주광역시장 출마를 선언하는 이용섭 전 의원. ⓒ광주인


넷째, 이 부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도 떠났다. 새해 벽두 광주광역시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을 상대로 이 부위원장 명의의 문자메시지가 ‘체계적’으로 날라 왔다. 곧바로 ‘권리당원 명단’이 사전에 유출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이 부위원장 측은 정치활동을 해 오면서 자연스럽게 쌓인 데이터를 활용했을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문자를 받은 이들 중 이 부위원장과 일면식도 없는 이들이 많고, 이들은 예외 없이 광주의 권리당원이었다. 명단 유출은 의혹이 아닌 사실로 확정되고 있다.

이는 당의 건전성을 좀 먹고, 광주정치를 후퇴 시킬 뿐 아니라 정부의 적폐청산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행위이다. 급기야 화가 난 권리당원들이 선관위, 경찰, 검찰에 조사를 요청해 놓았다.

명단 유출이 아니라 하더라도 문자메시지의 전송 범위가 ‘광주’에 한정되어 있다면, 혹시 그 조차도 일자리위원회 예산을 썼다면 ‘사전 선거운동’ 혐의를 피해갈 수 없다. 이 자리를 통해 나는 이 부위원장에게 문자메시지의 지역적 범위와 예산 출처를 묻는다.

다섯째, 앞서 언급한 이 부위원장의 ‘특이한 태도’를 쉬운 말로 하면 ‘기회주의’이다. 두 가지 면에서 그렇다. 기회만 있으면 자리를 엿본다는 점에서 기회주의이고, 엿보는 그 태도가 언제라도 숟가락을 놓거나 뺄 수 있도록 경계에서 서성거린다는 점에서 기회주의이다.

새 정부의 임종석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은 “이제 막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대통령 보좌에 전념하겠다”면서 선거 불출마를 분명하게 밝혔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3선 도전은 물론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겠다”며 “새로운 도전자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도리”라고 말했다.

이들 ‘젊은 정치인’들의 호기로운 태도를 나는 단 한 번도 이 부위원장에게서 본 적이 없다. 이 부위원장이 문재인 정부에 ‘힘’이 되기는커녕 ‘짐’이 되는 꼴이다. 어제까지 기회주의인 사람은 내일도 기회주의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정치인이 임대 아파트 하나를 근거로 광주를 위해 봉사하겠다고 한다. 이 부위원장의 ‘특이한 태도’를 ‘기회주의’로 규정한 나의 시각이 잘못된 것인지 묻고자 한다.

초선 국회의원(2008) → 광주시장 도전 낙마(2010) → 재선 국회의원 당 대표 도전 낙마(2013) → 이후 광주시장 도전, 탈당, 낙마(2014) → 복당 후 삼선 국회의원 도전 낙마(2016) → 문재인 정부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발탁 → 1년을 채우지 못하고 광주시장 도전(예상).

지난 10년 정도의 시간 동안 전개된 이용섭 부위원장의 행보이다. 이 시기 나는 광산구청장 초선‧재선으로 일했다. 이 부위원장의 지역구가 광산구(을)이어서 여러모로 시기별로 사안별로 교감이 활발했다.

당 대표 선거 때는 ‘이용섭 대 김한길’ 구도여서 나는 주저 없이 당시 이용섭 의원을 ‘상당한 수준으로’ 도왔다.(당 내 선거이므로 단체장의 특정 후보 지지는 선거법 위반이 아니다.) 많은 일을 서로 도모하면서 광주와 광산의 길을 함께 찾고자 했다.

하지만 10년 동안 누적된 이 부위원장의 정치적 행보를 종합한 결과 오늘 이런 질문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 부위원장의 답변이 내 의문을 개운하게 해소해 준다면, 거듭 밝히거니와 나는 나의 판단 전체를 유보하고 이 부위원장과 즐겁게 경쟁할 생각이다.

필요하다면 연대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그러나 답변이 분명치 않고 지금껏 해온 것처럼 ‘긍정도 부정도 아닌’ 식이라면 아래와 같이 이 부위원장의 발언을 되돌려 드리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광주 정치를 계속 하는 것은 결코 호남 정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 부위원장의 생각에 나 역시 동의한다. 또한 이 부위원장이 “현실 정치를 떠나 성찰의 시간을 갖기”를 권한다.

그렇게 해서 광주시민 모두가 활짝 웃으며 “안녕히 가십시오.”라고 보내드릴 수 있는 시공간을 이용섭 부위원장이 스스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2018. 1. 23.

민 형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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